한 동안 집에서 위키에 글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으면서 한동안 나의 연애편지가 잠시 쉬었다. 오늘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 한동안 신규로 오픈하는 서비스 때문에 거의 매일 야근과 토요일 출근이 반복되었다. 너무도 빨리 퇴근한 아빠를 보고서 딸내미가 하는 말..
딸 : "아빠!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침묵이 흐른 후..
나 : "아빠가 일이 빨리 끝나서"..
딸 : "아아 오늘은 일이 많지 않았나 보구나"..
아마 딸도 알고 있나보다. 아빠가 일이 바빠서 매일 늦는 줄을..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거 같아도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싶다.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과 진솔하게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다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오늘 편지는 사귄 후 처음 싸운거 같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지만 싸우기 시작하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상대방의 화가 풀릴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화해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Wendesday. AUGUEST. 7. 1996.
너에게.
지금은 저녁이야. 아직 해님은 걸려있어.
좀 전에 퇴근했다. 할머니랑 동생이랑 간식 먹고 좀 놀다가
네 생각이 나 펜을 들어.
나 오늘 다시 가입했다. 호출기 말야.
네게 전하려고 수화기를 들었었다. 근데 관뒀어. 그냥.
요즈음 넌 뭘하며 지내려나?
꽤나 잘 견디어 내는구나.
언제나처럼 넌 내게 아무런 흔들림도 보내지 않고 있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저 고요할 뿐야.
무심하리만치.
어쩌면.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러면서 어떻게 좋아한다 말할 수 있니?
남자들은 그럴 수도 있는거니?
아님 이게 너의 방식인거니?
특별한 걸 바라는게 아니잖아.
작은 성의라도 보여야잖아. 너를 느낄 수 있게.
너 안에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말야.
그래야 하는거 아니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대문 옆 우편함을 보곤 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네게선 아무런 소식도 없어.
기다리는 맘이 잘못되기라도 하듯이.
그런걸까? 이것두 내탓인거니?
언제나 넌 나를 배려한다지만 이건 무심한게 아닐까 해.
전번에 그랬잖아.
네게 해준게 너무 없다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노력할거라구.
그리구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 갈거라구.
내가 요구한게 아니었잖아. 너의 다짐이지 않았니?
근데 이게 뭐야?
대체 뭘 어떡하란 말야?
차라리 널 놓아달라고 얘기 해.
벗어나고 싶다고, 모두 버리고 싶다고, 이젠 자유로와지고 싶다고
소리치란 말야.
왜 가만이 있는 거니?
대체 무엇을 기다리는 거야?
널 알 수가 없어.
수용하기가 힘겨워.
이런맘 모를테지 넌..
네 생각을 하면 자꾸만 화가 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
넌 내탓이라 하고, 난 네탓이라 하고.
...
어쩌면 네게 아주 오래도록 연락하지 않을지도 몰라.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홀로된 삶에 널 그리워하지 않으며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
너의 숨소리를 잊으며 모른채로 살아갈 수도 있을 듯 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냥 그렇게.
가끔씩 널 떠올리며 추억으로 간직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만 가.
아마도 넌 내게 안개가 아닐까? 밤안개.
나.
그래도 되니?
그렇게 되면 무지 서운할테야.
비오는 날 편지가 쓰고프면 어떻게 하지?
펜이 들고 플 때면 네 생각이 간절할테야. 아마도.
한번 웃어버리지 뭐..
새벽 1시경.
Jeong.
우리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싸웠다. 밖으로 내색하지 않으면서 속으로 가슴앓이 하면서.. 아내 영정이도 그리워하면서 자존심 때문에 내색하지 않는 그런 사랑으로..
저녁에 시작한 편지가 새벽 1시에 끝나고 있다. 아마도 나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을 담아서 조금씩 조금씩 몇시간을 써내려간 듯하다. 지금 옆에서 성경 공부를 하고 있느라 내가 여기에 자신의 편지를 공개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지만, 지금 내 곁에 같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도 연애할 때의 알콩 달콩 싸우던 때가 가끔씩 그리워진다. 내가 아내에게 편지를 쓴지도 벌써 8년이 되어간다. 아마도 결혼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편지를 쓰지 않은 듯 싶다. 가끔씩 글을 내 마음을 전할 때 사람의 소중함, 지금 아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지금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소홀히 하지는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